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을 보통 건강의 3대 조건이라고 말한다.
마음 편히 잘 자고, 잘 먹으면서도 소화를 잘 시키며. 그리고 대변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잘 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쾌변은 건강의 3대 조건이라고 할 정도로 먹고 자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묘(妙)해 몸에 좋다는 걸 구해다 먹으면서도 ‘싸는 것’을 별로 중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당해 본 사람들은 쾌변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양과 굵기, 묽기가 적당한 쾌변을 보지 못하면 감히 불행이라 말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똥줄이 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러면 쾌변을 방해하는 대표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변비’에 대해서 말해보자.
변비는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까 대놓고 말하기도 난처하고 그렇다고 병이라 할 수 없는 ‘병 아닌 병’이다. 그러나 흔히들 ‘변비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변비만큼 사람을 괴롭히고 곤란하게 만드는 질환도 없다. 통증이나 열을 동반하는 증상은 아니지만 대신 말할 수 없는 짜증과 불편함을 주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으면 늘 아랫배가 단단하고 뱃속에 가스가 찬 것처럼 불편하다. 따라서 소화도 잘 안되고 식욕도 떨어지게 된다. 통변이 잘 되지 않고 변이 오랫동안 장에 머물고 있으므로 체내에 독소를 발생해 간 기능(肝 機能)까지 저하시키고, 두통, 어깨 결림, 요통, 여드름, 거친 피부 등 각종 증상을 유발한다. 더구나 화장실에 가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고 대장암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결코 우습게보아서는 안 되는 질환인 것이다. 고로 오래 변비로 인한 숙변(宿便)은 만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 의하면 소양인은 대변이 선통즉 완실이무병(大便이 善通則 完實無病)이라 하여 소양인은 반드시 대변을 시원하게 봐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매우 고통이 따르게 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보통 섭취한 음식물이 24시간 안에 대변이 되어 배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변비가 있는 사람은 며칠에 한번, 그것도 간신히 조금씩 변을 본다.
그렇다고 하루에 한번씩 변을 보지 않는다고 하여 다 변비는 아니다. 2-3일에 한번밖에 변을 보지 못하더라도 변이 굳지 않고 시원하게 나오면 변비가 아닌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일주일에 3회 이하의 배변이거나, 하루 배변 량이 30g 이하일 때 변비라고 정의한다.

변비의 원인은 다양하다. 주된 원인으로 운동부족, 환경의 변화, 장무력증, 그릇된 식생활들을 꼽을 수 있다.
운동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장관기능이 저하되고 수분을 많이 뺏겨 변의 이동 능력이 떨어진다. 또 여행이나 이사 등 환경의 변화가 있으면 일시적인 변비가 오기 쉽고, 대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장무력증도 변비를 유발한다.
식습관으로는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 소화가 잘 안되는 연한 음식이나 별로 씹을 필요가 없는 가공식품만 즐기는 사람, 먹는 절대량이 적은 사람,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변비에 걸리기 쉽다.
또 변의를 참는 습관이 있는 사람,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한테서도 변비가 잘 나타난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빵 한 조각에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젊은 여성들은 변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규칙적인 배변을 방해한다. 따라서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섬유소가 많은 야채, 곡류, 과일 등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섬유소는 물기를 촉촉하게 함유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므로 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변의 부피를 늘려 대장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섬유질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고구마, 녹차, 당근, 사과, 오이, 양상추, 현미, 토란, 오트밀 등이 있다. 명심할 것은 섬유소 섭취와 함께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라는 것이다. 수분 섭취 없이 섬유소만 먹으면 오히려 변비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냉수 한 컵을 마셔 위를 자극하는 것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돕기 때문에 변비 예방에 좋다.

가정요법으로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알로에 요법으로 생잎의 껍질을 벗겨 속살을 씹어 먹거나 짜서 즙을 내어 1～2스푼씩 먹는 것도 장연동 운동을 항진시키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준다. (단 몸이 차거나 월경이나 임신 중, 위궤양이 있는 경우는 금한다.) 또 배의 근육과 횡격막을 튼튼하게 하는 배 마사지도 규칙적인 배변 습관에 도움을 준다. 변비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길은 규칙적인 배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간혹 변비라고 하면 무조건 설사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코 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약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내성이 생김으로써 점차 약의 복용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변비는 증상에 따라 원인을 잘 파악해서 꾸준하게 치료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오액(五液)이란 체액을 통괄하고, 이 진액(津液)이 윤활하면 변비가 안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음식물 섭취가 부족했을 때 과로하거나, 또는 열성 음식물을 과식했을 때 변비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약물로 기를 돋워주고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치료를 한다. 물론 일괄적인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처방을 달리한다.
한방에서는 변비를 열이 많은 탓에 진액이 말라서 변비가 되는 ‘열비(熱秘)’, 반대로 열이 없어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변비가 되는 ‘냉비(冷秘)’, 신경성변비인 ‘기비(氣秘)’, 허약체질 자에 흔한 ‘허비(虛秘)’로 나누고 있다. 그러므로 한방에서는 변비에 대해 진액이 풍부한 윤택한 약을 쓰거나, 기운을 활발하게 해주는 따뜻한 약을 쓰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대표적 처방으로 열비라 진단되면 도인승기탕(桃仁承氣湯), 냉비에는 삼물비급환(三物備急丸), 허비에는 보증익기탕(補中益氣湯)이 주로 쓰인다. 별 방법을 써 봐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의외의 효과를 줄 수 있으므로 권해볼 만하다. 그리하여 쾌변의 즐거움으로 건강과 웃음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