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이튿날 화장실 문에 불이 나는 사람이나 약간만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복통과 함께 화장실을 찾는 사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도중에 배가 사르르 아파서 화장실을 찾는 사람, 아침을 먹은 다음에 화장실을 다녀오기 전에는 학교나 출근을 불안해서 갈 수 없는 사람, 하루에 화장실을 서너 차례 다녀도 시원하게 대변을 본적이 없는 사람 등의 다양한 증상이 있다.

이상과 비슷한 경험은 술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을 일러 흔히 말하는 과민성 대장증후(過敏性 大腸症候)이다. 과민성 대장증후에는 배변의 습관에 따라 설사형(泄瀉型), 변비형(便秘型), 설사변비교대형(泄瀉便秘 交代型) 등으로 구분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당혹스러운 것은 과민성 대장 설사이다. 또한 과민성 대장설사는 일반적으로 하복통을 겸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하면 맹장염이 아닐까 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으로 고생한다.
이 같은 과민성 대장 증의 원인은 현대의학에서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아 환자 자신이나 의사 모두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증세가 정신적 원인으로 생기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구조로 지나친 지식의 공유, 급속한 사회 변화, 경쟁력의 심화 등으로 인해 고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겠다. 이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정서적 불안 등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장관(腸管)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복부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소화기 심신증(消化器 心身症) 중의 대표적인 병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문명성 질환에 속하는 질병으로 농촌보다 도시가 많이 발병하며, 연령 분포에 있어서도 오늘날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겠으나 그래도 20~40대의 직장인이나 입시의 압박에 시달리는 중고생들에게도 많이 나타나는 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민성 대장설사는 한의학에서 칠정설(七情泄)에 해당하는 질환이다. 왜냐하면 한의학적 문헌에 기록된 칠정설과 과민성 대장설사는 상응하는 점이 매우 많으며, 병인이나 병리가 유사하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뜻을 이루려는 의지가 지나칠 경우 등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로 인해 장(腸)에 영향을 미쳐 칠정설이 나타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과민성 대장설사의 주요증상으로는 정신적 불안으로 인해 항상 헛배가 부르고, 변을 보려고 하나 잘나오지 않으며, 설사가 있더라도 시원하지 않은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초기에는 변이 항상 무르고 가늘며, 대변을 보고난 후에도 시원하지 않아 꼭 대변을 다보지 못한 것처럼 뒤가 무거운 느낌을 받으며, 하루의 대변 량은 500g이하의 소량일 뿐만 아니라, 야간에는 설사를 하지 않고, 각종검사(X-ray, 내시경, 조영촬영 등)소견에 이상을 발견할 수 없으며, 식욕은 별로 떨어지지 않지만 소화 불량과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증상의 재발률이 높고 지속시간도 길어서 만성화되는 경향이 많은 편이다.
내원환자의 통계를 보면 대부분 발병기간이 3년 이상이고 1년 중에 가을과 여름에 많이 나타나고, 대변의 횟수는 평균 1일 2회 이상인 경우가 많다.
과민성 대장에는 위장관에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 외에도 불면증 어지러움, 두통, 만성피로, 심계(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등의 신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증상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치료에 있어 급성기에는 지사제(止瀉劑)를 위주로 하는 치료법이 효과적이나, 만성화하면 몸의 전체에 나타나는 증상을 종합적으로 다스려야 한다.
한의학적 치료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민성 대장설사가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하복부가 냉(冷)한 특징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찬 음식을 먹거나 음주 후에 더욱 심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므로 소화기 기능을 보강하고 하복부를 따뜻하게 할 뿐 아니라, 울화(鬱火: 스트레스)를 해울(解鬱)시키는 치료법이 많이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의 가감방(加減方)이나 보장건비탕(補腸健脾湯) 등을 투약하면 매우 효과적이며, 치료기간은 4～5주를 기본으로 하며, 증상에 따라 장기간을 요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손쉽게 하는 방법을 찜질팩(hot pack)을 이용하여 하복부를 따뜻하게 관리하며 경우에 따라 온구(溫灸)요법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과민성대장 증후군의 기본 수칙

1. 설사형인 경우에는 장관을 자극하는 식물성 섬유식품을 제한한다.
2. 변비형인 경우에는 통변(通便)을 위해 식물성 섬유식품을 공급해야 한다.(단 과식하면 장관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금식요법을 행하며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4. 스트레스는 발병의 원인이므로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6. 지나치게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7. 장관을 자극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음료수는 삼가야 한다.
8. 익히 야채류나 부드러운 섬유성 식품은 적극 섭취해야 한다.
9. 술은 매우 악영향을 가져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10. 과식은 피하도록 한다.
11.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갖도록 한다.
12.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적극 해소해야 한다.
13. 몸을 냉하게 해서는 안 된다.
14. 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며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
15. 적극 취해도 좋은 음식은 해조, 버섯, 야채, 바나나, 사과 등이며 유제품(乳製品)이나 감자, 맥주 등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